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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아카이브]는 2020년 3월에 시작됐습니다. 정도는 모두 다르지만, 올해 우리는 우리 자신의 집, 사랑하는 사람들, 그리고 굳건하던 가치들로부터 분리되어 뿌리 없는 식물처럼 둥둥 떠다니게 되었습니다. 나날이 변화하는 세계 속 우리는 기존에 영위해온 일상과 고집해온 가치들에 대해 질문하기도 했습니다. 한 발자국 더 나아가 ‘뉴노멀’, 새로운 일상을 찾아 헤매는 중입니다. 다만, 우리 자신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고민이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았다면, 우리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이 변화를 일궈야 할까요? 다시 뿌리를 내릴 곳을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요? 과도기 한 가운데에 서 있는 지금, 우리는 스스로, 그리고 서로에게 위의 질문들을 주고받았습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우리는 역사를 이해하기 위한 수단, 아카이브의 역할에 대해 함께 고민했습니다. 아카이브는 굳건해 보이는 과거의 기억을 무너뜨려 재구성하는 동시에, 그 기억 가운데 ‘우리를 우리로 만드는 것들’을 찾아와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또한 지난 세기 동안 디지털화를 통해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열린 만큼,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기록에 대한 우리의 정의 또한 본질적으로 변화했습니다. 이에 따라 아카이브의 의미는 정적이고 물리적인 기념비를 넘어서, 기억에 대한 동적이고 주관적인 재구성으로 확장되었습니다. [프로젝트 아카이브]는 역사에 대한 우리 개개인의 해석이 연결되는 과정에서 만들어졌습니다.

우리는 개개인의 역사를 바라보는 연습을 통해, 이들 사이의 연결지점을 찾아 나갔습니다. 과거 속에서 현재를, 현재 속에서 과거를 찾아가는 이 여정은 단절, 배척과 같은 단어들과 거리가 멉니다. 정립되거나 단일적이지 않은 역사가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의 존재들과 어떤 연결을 맺는지 연구했습니다.

이 책 속의 여러 작품은 주변의 변화에 대한 우리의 대답을 담았습니다. 몇몇 작품들은 과거에 대한 진솔한 그리움을 담고 있는가 하면, 우리의 뿌리라고 여기는 가치, 문화, 장소, 사람들에 대한 기억을 되짚어보는 동시에, 내 기억과는 사뭇 다른, 달라지고 있는 뿌리를 확인합니다. 다른 작품들은 우리가 현재 살고 있지만, 결코 ‘집’이라 부를 수 없는, 불편한 장소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우리가 서로 어떻게 연결되었는지에 대해 함께 고찰했습니다. 각자의 시간과 공간, 언어와 번역, 그리고 자기표현의 방식을 하나로 이어주는 지점들을 찾아냈습니다. 이 책 안에서는 하나의 서사가 아닌 여럿의 목소리가 나란히 자리를 찾아갑니다.

인도의 오래된 경전 아슈타바크라 기타 Ashtavakra Gita에서 이야기합니다. ‘삶의 파도들이 일어나고 가라앉게 두라. 너는 잃을 것도 얻을 것도 없다. 너는 바다 그 자체이므로.’ [프로젝트 아카이브]는 우리가 공유하는 이 바다의 풍경을 가득히 담은 공동 작품입니다. 가까이서 보면 각각의 파도들은 제멋대로 오르락 내리락 흐르며 시작하고 또 끝나버립니다. 다만 조금 더 멀찍이 거리를 두고 보면, 파도들은 모두 바다의 자녀들로, 서로서로 기대어 강렬하게 치고 있습니다. 아카이빙에 대한 제 개인적인 욕심에서 출발한 프로젝트였지만, 스물 한 명 개개인을 넘어서는 공동의 작업이 되었습니다. 상대를 만지는 것은 나 또한 만져지는 것이고, 내가 보는 것은 나 또한 보이는 것이며, 사랑하는 것은 동시에 사랑받는 것이라는, 우리의 모든 행동은 상호적이라는 점 또한 알게 되었습니다.

월터 벤야민 Walter Benjamin은 그의 저서 On the Concept of History에서 묻습니다. “과거의 이들을 감쌌던 공기가 또다시 우리와 만나지 않는가?” 이 작업을 통해서 우리는 우리의 파도가 서로를 찾아가는, 우리의 숨결이 서로를 만나는 장면을 기록했습니다. [프로젝트 아카이브]는 만남의 장소로, 재능과 사람, 시간, 공통점과 차이점들이 모여 기록되었습니다. 책장 한 켠, 혹은 침대맡에 고요히 놓인 이 책이 당신의 아카이브의 일부분이 되어 당신의 여정에 함께하기를 저희는 바랍니다.

편집장 박민서
영한번역 최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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